1년 안에 처분하면 세금폭탄도 중개인들 “큰 효과 없을 것”
【2보·종합】 연방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1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고강도 주택대책을 내놓았으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7일 연방정부가 발표한 새 예산안 가운데 주택정책에는
▶10년간 주택공급 속도 2배로 높임
▶외국인 주택매입을 2년간 금지
▶예비 주택구입자들을 위한 비과세 저축계좌 개설
▶저소득층 위한 공공주택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번 예산안에서 주택관련 정책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는 것은 연방정부가 인플레이션과 집값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해 대규모 예산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주택가격은 지난 2년 동안 50% 이상 올랐다. 특히 지난 2월의 경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월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평균 집값이 69만3천 달러로 치솟았다.
이날 발표된 주택대책을 보다 상세하게 들여다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10만 채의 주택공급을 목표로 지자체의 주택건축 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4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배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띠는 정책은 첫집 구매자들을 위해 RRSP(은퇴저축)와 TFSA(비과세저축계좌)와 유사한 비과세주택저축계좌(tax-free First Home Savings Account)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40세 미만의 첫집 구매자들이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하는 것으로 매년 8천 달러, 최대 4만 달러까지 적립할 수 있으며 적립금에 대해 발생한 투자수익과 인출금에 대해 100% 면세 혜택이 적용된다.
투기 억제를 위한 강력한 규제도 있다. 연방정부는 앞으로 2년간 캐나다 내 주택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한다. 다만 학생이나 외국인 노동자, 영주권자, 주거주지가 캐나다인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지난해 연방총선 공약 중 하나였던 부동산 매물에 대한 복수오퍼 내용을 비공개하는 ‘블라인드 비딩Blind-bidding’ 관행도 금지한다.
‘블라인드 비딩’이란 매물에 오퍼가 1건 이상 몰릴 경우 판매자 측 중개인이 제안된 오퍼 수·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중개인은 실제 또는 허위로 “복수 오퍼가 들어왔다”고 하면서 구입희망자들이 가격을 올려 다시 오퍼할 것을 유도할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자유당이 이같은 공약을 내세웠을 때 다수의 한인 중개인들 사이에선 “가격 안정화를 위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공급부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투기세력에 철퇴를 가하는 규제도 있다. 연방정부는 매입한 부동산을 1년 안에 팔 경우 세금폭탄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개업계의 중론이다.
7일 조석배 중개인은 “기준금리가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금리인상과 정부 정책이 시장에 가져올 영향력은 높지 않다”며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규제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심리가 위축돼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이민자의 유입이 꾸준한 온주, 특히 광역토론토의 경우에는 결국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조 중개인은 연방정부의 이민정책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신규이민자 규모가 100만 명이 넘고 그 중 대다수가 광역토론토 등 대도시로 몰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엽 중개인은 “이같은 정부 정책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분명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며 “외국인 매입 금지와 같은 정책은 별로 와닿지 않는다. 다만 블라인드 비딩 금지가 어느 정도 시장에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현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선 속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